최국희 감독의 영화 '스플릿'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닙니다. 볼링을 매개체로 삼아 인생의 굴곡과 희망을 그려낸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스플릿'의 서사 구조, 인물 심리,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연출 기법에 대해 심층 분석합니다.
'스플릿', 스포츠 영화의 틀을 깬 서사 구조
'스플릿'은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기존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에서 벗어납니다. 주인공 철종(유지태 분)은 과거 볼링계의 천재였지만, 부정 사건에 휘말리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가 만난 볼링 천재 영훈(이다윗 분)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해 승부 조작에 뛰어들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적인 갈등과 성장을 겪습니다.
영화는 철종과 영훈의 관계를 통해 사제지간을 넘는 인생 멘토링을 보여줍니다. 철종은 과거의 실패를 영훈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영훈은 철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인간 내면의 변화를 그리고 있어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스플릿'은 '승리'보다 '과정'에 집중합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승리의 짜릿함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패배와 실패, 그리고 재도전을 주요 테마로 삼습니다. 이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반영하며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인물 심리의 깊이 있는 묘사
최국희 감독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철종은 겉으로는 냉소적이고 체념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심리는 유지태의 눈빛과 표정 연기를 통해 탁월하게 표현됩니다.
반면, 영훈은 천재적인 볼링 실력을 가졌지만 사회성 결여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인물입니다. 이다윗은 대사보다 몸짓과 눈빛으로 영훈의 고독과 순수함을 전달합니다. 영훈의 캐릭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두 주인공 외에도 철종의 파트너이자 중간 보스 역할을 하는 두꺼비(정성화 분)의 존재감도 돋보입니다. 두꺼비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적인 악역이지만, 철종과의 과거 인연 때문에 묘한 동질감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은 영화에 긴장감을 더하고 서사를 풍부하게 합니다.
시대를 앞선 연출 기법과 영상미
'스플릿'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닌 시각적 예술 작품에 가깝습니다. 볼링 장면에서는 슬로우 모션과 타이트한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해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공이 굴러가는 장면에서의 음향 효과와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은 관객에게 현장감을 전달하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또한, 최국희 감독은 볼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합니다. 어두운 조명과 네온사인의 대비를 통해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공간의 깊이감을 살려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음악 또한 '스플릿'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클래식 선율과 현대적인 비트가 어우러져 감정선을 따라가며 극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특히 결정적인 장면에서의 음악 연출은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며,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결론: 숨겨진 명작, 다시 주목받다
최국희 감독의 '스플릿'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의 틀을 깨고, 인물의 심리와 서사를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대를 앞선 연출 기법과 철학적인 메시지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볼링이라는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인간의 실패와 재도전을 다루는 서사는 현대 사회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스플릿'은 스포츠 영화 이상의 깊이를 가진 드라마로, 인물의 감정선과 시대를 앞서간 연출이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이제는 숨겨진 명작에서 벗어나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길 기대합니다. 지금 다시 '스플릿'을 감상해보며 그 가치를 느껴보세요.